◆…지난해 4월 국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태권도 관련 행사에 참석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왼쪽·당시 의원)와 손혜원 의원(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품새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더 팩트)

손혜원 의원이 수위가 높은 '센 언니' 화법으로 동료 여하는 물론 상대를 가리지 않고 설전을 내뱉고 있다.

20대 총선에 초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문재인 정부 정권 창출에 적잖은 공을 쌓았지만 거침없는 화법이 때때로 안하무인격 비난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손 의원의 말이 여론의 비난을 산 사례만 봐도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한 두번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과 관련해 비판을 제기하는 여야 정치인들에게 협박에 가까운 공격성 멘트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인들 사이에 공격과 방어를 위한 화법은 불가피하고, 일종의 능력으로도 평가받지만 손 의원은 특히 사안과 무관하게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지적이다.

◆ "나경원, 3수까지 해서 원내대표 되신 분" "박지원, 배신의 아이콘"

22일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4선 의원에 3수까지 해서 원내대표 되신 분"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번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 감조차 못잡으면서 어찌 4선 의원까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라며 조롱했다. 또 "곧 반전의 빅카드가 폭로되니 부디 뒷전으로 물러나 (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 가 "내일 빅카드 발표 없다. 국민들을 속이는 가짜뉴스 대신 라이브로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라고 말을 바꿨다.

앞서 나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손 의원 투기 의혹에 당당하면 특검·국정조사를 받아들여라"라고 말한데 대한 답이다. 나 원내대표는 손 의원을 '센 언니'로 표현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이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는 손 의원을 감싸다가 매입한 건물 개수가 계속 늘어나자 입장을 바꿔 손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손 의원은 탈당을 선언한 20일 박 의원에게 "일생을 통해 불세출 배신의 신공을 보여준 진정한 배신의 '아이콘'"이라며 "(과거)문재인 당 대표 배신하고 나가서 당 만들고, 안철수 후보 대선 끝나자 바로 배신 총 겨누고, 박홍률 (전) 목포 시장 지지난 지방선거에서 후보공천 직전 배신, 다른 후보 공천하고…어디 이것뿐이겠는가"라고 비꼬았다.

탈당 전 같은 당 동료였던 금태섭 의원도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손 의원은 페이스북에 "나전칠기 작품의 경우 판권이 문제가 되니 손 의원 쪽에서는 '내 작품인 면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러면 사실 이익충돌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는 금 의원의 최근 발언을 소개하며 "가짜뉴스를 그대로 인용하신 것 같은데 심히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잘 모르는 일이라고 방송에 나가서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된다. 주말까지 기다리겠다. 자초지종을 다시 알아보고 제게 정중하게 사과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 신재민, 선동열 등 대상 가리지 않고 걸리면 십자포화

◆…손혜원 의원이 지난 2일 밤 올렸다 이튿날 오전 삭제한 페이스북 글. (사진=페이스북)

앞서 이달 초 청와대 인사개입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에 대한 반응은 여론의 분노를 일으켰다.

손 의원은 지난 2일 '신재민을 분석한다'라는 글에서 "제 추측으로,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 신재민에게 가장 급한 건 돈!!!"이라고 했다. 또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라고도 했다. 

같은 글에서 "2004년 입학, 10년 만인 2014년에 원하던 행정직 공무원이 됐으니 고시공부 기간은 약간 긴 편이죠?"라며 사안과 무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신 전 사무관을 '양아치'로 표현한 글을 인용하기도 했다.

손 의원은 다음날인 3일 신 전 사무관이 유서를 쓰고 잠적하고 여론의 타겟이 되자 글을 황급히 내렸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비아냥대는 태도로 일관해 야구팬 및 네티즌의 질타가 쏟아졌다.

손 의원은 당시 선 전 감독에게 연봉을 묻는가 하면 "그 연봉 받고 너무 편하게 일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댔다. 또 선 전 감독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 지휘에 대해 "그렇게 어려웠다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여론의 공분을 샀다. 이외에도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이 굳이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는 발언은 며칠 뒤 선 전 감독의 전격 사퇴로 이어졌다. 당시 선 전 감독은 "'전임감독이 필요 없다'는 한 의원의 발언이 사퇴에 분명한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7년 7월엔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군자 할머니 빈소를 방문해 양쪽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는 사진을 찍었다. 손 의원은 당시 "(제가) 긴장의 끈을 놓친 것"이라며 "뭐라고 말씀드릴 것 없이 제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같은 해 3월에는 한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계산된 것"이라고 말했다가 민주당 지지자들은 물론 문재인 당시 대선후보에게도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말을 들었다.

◆ 센 언니 화법, 장점 있지만 후폭풍 각오해야

손혜원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름을 직접 만든 탁월한 네이밍(Naming) 능력, 전두지휘하는 에너지, 남의 눈치를 안보고 당차게 말하는 면모 덕분에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으며 정권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을 선언하면서 울먹이고 있다. (사진=더 팩트)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숙명여중·고 동기동창이자 절친한 친구인 김정숙 여사가 영부인이 되자 "축하하지만 존댓말은 못 하겠다"고 농을 던지는 모습에서 그가 얼마나 당찬 성격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목포에 공무상 출장을 가서도 마을 주민들에게 김 여사를 지칭할 때 공공연하게 '정숙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나 원내대표를 향해 경고한 '빅카드'에 대해서도 얼마 안 가 페이스북에 "내일 빅카드 발표 없다. 국민들을 속이는 가짜뉴스 대신 라이브로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라고 말을 바꾸는 등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품임을 짐작할 수 있다.

손 의원의 '센 언니' 화법은 초선의원으로서 향후 정치인으로서 커나가기 위해 필요한 대중 인지도를 쌓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최근에는 투기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자 더 강하게 맞받아치면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지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몇몇 설화가 구설에 오르더라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부정 노출 효과)'이 되는 측면도 있다.

이만희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자신을 비판하면 '뭘 걸어라, 사과하라, 폭로하겠다'하는 손 의원의 좌충우돌, 막가파식 언행과 독설에 국민은 피곤함을 넘어 이제 인내심을 잃고 있다"라면서 "'감히 나를 비난해'라는 봉건적 특권의식만 있을 뿐, 공감 능력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손 의원은 더 이상 공인의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