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한화그룹 계열사가 최근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다. 사진=더팩트.

금융위원회가 위장계열사를 부당지원하는 등 공시의무를 위반한 한화그룹 계열사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은 제척기간(부과가능기간)이 지났으므로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한화그룹 4개 계열사가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개정 법률을 소급적용한다면 3년의 부과제척기간을 경과한 과징금 부과는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법률의 소급적용은 일반적으로 법치주의의 원리에 반하고,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며, 법률생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법령의 개정이 개정전 법령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어서 이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이뤄진 경우 예외적으로 개정된 법령의 소급적용이 허용된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한화그룹 4개 계열사는 2004년터 2006년까지 부실에 빠진 위장계열사에 부당지원하고 증권신고서를 거짓 기재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금융위와 증선위로부터 총 33억8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증선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재무제표의 주석에 특수관계자에 대한 자금대여거래를 미기재했다고 보고 2016년 12월 과징금 6000만 원을 부과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2004~2006년경 위장계열사인 한유통·웰롭·부평판지에 자금을 대여했음에도 이를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위 또한 자금대여거래 주식 미기재 및 증권신고서 거짓기재 혐의로 한화건설·한화갤러리아·한화첨단소재에 대해 2017년 1월 각각 과징금 20억 원, 7억2000만 원, 6억 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한화 계열사들은 금융 당국의 과징금 처분은 현행 법률의 부과제척기간을 경과해 이뤄진 것이므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화 계열사의 대리를 맡은 변호인측은 "법률 시행 이전의 공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의 제척기간 규정을 소급적용해야 한다"며 "제척기간이 경과해 이뤄진 금융 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과징금 부과의 제척기간 규정이 없었던 예전 증권거래법과 달리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2009년 시행된 구 자본시장법은 제척기간을 '위반행위가 있었던 때부터 3년'으로 정했고, 이후 재개정된 현행 자본시장법 역시 5년의 제척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한화 계열사들의 공시의무 위반행위가 2004년부터 2006년 사이에 이뤄졌고 이에 대한 과징금은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 사이에 부과됐다"며 "구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3년의 제척기간 규정이 적용된다고 보는 이상 한화 계열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제척기간이 경과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이 제척기간 규정을 둔 것은 장기간이 경과한 후 적발된 사안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부과 대상자의 법적 지위가 지나치게 불안정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자본시장법의 규정은 법적 안정성 침해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서 규정됐다고 볼 수 있으므로 (과징금 처분에 대해) 예외적으로 소급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2009년 구 자본시장법이 시행되기 전에 있었던 공시의무 위반행위에 대해 행정청이 언제든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면 같은 공시의무 위반행위를 한 사람을 그 시점을 기준으로 지나치게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라며 소급적용이 '형평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행정소송 전문 A변호사는 이 판결에 대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예전 법률의 위헌적인 규정으로 인해 '반성적 고려'로 법률이 개정됐다면 해당 처분에 대해 소급적용할 수 있다"며 "법원이 한화 계열사의 과징금 부과 역시 예외적으로 소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