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항문에 6억원 상당의 금괴 12kg을 숨겨 국내로 몰래 들여온 금괴 운반책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5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진=연합뉴스)

관세당국의 단속을 피하려고 6억원 상당의 금괴를 항문에 숨겨 밀반입한 운반책이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위헌 법률을 적용한 잘못이 없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5억5000만원을 추징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A씨는 지인으로부터 수출입 신고 없이 금괴를 중국에서 한국으로 운반해주면 대가를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이후 A씨는 2017년 4월부터 8월까지 금속탐지가 어려운 항문에 200g의 둥근 금괴를 넣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 방법으로 밀수입해 재판에 넘겨졌다.

A씨가 중국 청도에서 중국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항문에 은닉한 금괴는 12kg으로 시가 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밀수입한 재화의 가치와 규모가 상당하고, 범행 횟수나 범행 방법 등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으므로 징역형을 선고한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A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단순 운반책의 역할을 했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추징금에 대해서도 1심은 "관세법상 추징은 징벌적 성격을 띠고 있어 여러 사람이 공모해 관세를 포탈해 점유했다면 국내도매가격 상당의 전액을 점유사실 유무를 불문하고 범칙자 전원으로부터 각각 추징할 수 있다"며 A씨에게 추징금 5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2심 또한 "A씨의 범행 수법과 횟수, 밀수한 금괴의 양과 가액 등 양형 조건을 고려해 볼 때 1심의 형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양형이 부당하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상고가 허용되는데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됐기 때문에 양형부당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금괴를 항문에 숨겨 국내에 반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 금괴 밀수가 5년 만에 200배 증가한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9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괴 5만6458kg(2조6990억원 상당)이 밀수입 또는 밀수출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