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경.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자녀들이 1376억 원대의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지 3년여 만에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선 전 회장의 자녀들이 역삼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등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선 전 회장이 주식 취득에 사용한 자금을 자녀들에게 증여했다는 부분에 대한 과세당국의 증명이 부족하다"며 국세청의 상고를 기각했다.

선 전 회장은 2005년 9월경 유럽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Affinity Equity Partners)'가 1차로 하이마트를 인수할 당시 딸 수연씨와 아들 현석씨 명의로 룩스(당시 하이마트 지배회사)의 지분을 각각 5.52%, 8.28%씩 사들였다.

이후 유진기업은 2008년 1월경 어피니티로부터 하이마트 지분 100%를 1조9500억원에 인수하는 2차 M&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유경선 유진기업 회장은 하이마트를 특수목적회사인 유진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인수하기로 하고, 선 전 회장에게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1000억원에 매수해 공동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의 딸 수연씨는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인수자금을 룩스 지분 매각대금으로 상환할 것을 전제로 신한캐피탈로부터 5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또 같은날 수연씨는 유진기업으로부터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10만주를 500억원에 매수하는 주식매매계약도 체결했다.

같은해 2월달 수연씨는 룩스 지분 매각대금 820억여 원을, 현석씨는  1230억여 원을 자신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어 다음날에는 수연씨가 유진기업으로부터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 12만주를 100억9600만원에, 현석씨는 주식 18만주를 908억6400만원에 매수했다. 선 전 회장의 자녀들은 같은날 룩스 지분 매각대금 중 주식매수대금을 신한은행 계좌에서 유진기업으로 이체했다.

이를 두고 국세청은 선 전 회장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자녀들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보고 수연씨에게 544억여 원, 현석씨에게 831억여 원의 증여세를 부과했다.

국세청은 "선 전 회장이 자신의 소유인 룩스 지분 배당금을 자녀들 명의의 계좌로 입금한 후 자녀들이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을 취득했다"며 "선 전 회장은 룩스 지분을 자녀들이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게 하여 주식 취득자금을 현금으로 증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 전 회장의 자녀들은 "취득한 유진하이마트홀딩스 주식은 선 전회장 소유의 주식으로 명의만 자녀들 명의로 해뒀을 뿐, 선 전 회장으로부터 주식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법원이 최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자녀들이 1376억 원대의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선 전 회장의 자녀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이에 대해 1심과 2심은 선 전 회장이 매각한 룩스 지분 배당금을 선 전 회장의 소유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하이마트의 인수합병 과정을 통해 이뤄진 (유진하이마트홀딩스의) 주식 취득은 선 전 회장에게 귀속됐다고 봐야 할 것"이라며 "자녀들로부터는 필요에 의해 명의만 빌린 것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이 자녀들 명의로 룩스 지분을 취득한 것이 사모펀드 '어피니티'의 요청에 의한 것이고, 자녀들은 지분 명의자로서 해외직접투자신고를 한 것에 불과하다는 선 전 회장의 변소는 충분히 믿을 만하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도 "선 전 회장이 유 회장과의 사이에 유진하이마트홀딩스의 주식을 취득하기로 합의해 자녀들 명의로 주식이 취득된 바 자녀들이 매수한 주식은 선 전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아들 현석씨가 주식취득과정에서 신한캐피탈의 대출, 유진기업과의 협상 등에 관여했으나 실무적인 작업에 불과하고, 수연씨는 주식 취득과정에 관여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선 전 회장이 2008년 5월 룩스 지분 매각대금이 자신의 소유임을 전제로 양도소득세 368억여 원을 신고·납부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룩스 지분 및 매각대금은 선 전 회장의 소유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선 전 회장의 자녀들에 대한 과세 처분은 과세요건에 대한 아무런 증명이 없으므로 위법하다"며 선 전 회장의 자녀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편, 선 전 회장은 지난 2012년 4월 하이마트 매각대금으로 취득한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해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하이마트 인수합병 과정에서 회사에 24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히는 등 21개의 범죄 혐의가 있다"며 선 전 회장을 재판에 넘겼다.

선 전 회장은 1심에서 21개 혐의 중 3가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의 혐의 중 7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심 선고보다 높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참고판례 : 2016두453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