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이 적정 의견을 냈지만 나중에 회계 부정이나 오류가 드러난 경우에도 회계법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김영학 부장판사)는 A사가 S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부정이나 오류에 의한 재무제표의 중요한 왜곡이 사후적으로 발견됐다는 이유만으로 회계법인이 감사업무를 부적절하게 했다거나 감사기준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며 A사의 청구를 기각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A사는 지난 2011년 B사가 시공 중이던 택지개발사업 조성공사 일부를 도급받았다.

A사는 공사대금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어음으로 받았다. 그런데 B사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서 지난 2012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A사가 공사대금 일부로 받은 어음이 지급 거절됐다.

A사는 결국 S회계법인이 과거 B사의 재무제표를 감사하고도 '일반적인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는 감사보고서를 냈다는 이유로 S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B사가 지난 2010년경에 다른 회사에 30억원을 빌려줬다가 대여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됐음에도 재무제표에 이를 '매출채권'으로 표시하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를 확인하지 못한 S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 재판부는 "감사기준을 준수했는지 여부는 재무제표에 왜곡이 있는지가 아니라 적절한 절차를 수행해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며 S회계법인의 부실감사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