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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직원이 자신의 지인과 토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세무조사권을 남용한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되어 이를 토대로 한 과세는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5부(재판장 성백현 부장판사)는 최근 J씨가 낸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세무조사가 국세청 공무원의 지인이 분쟁 토지의 소유권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시작됐고, 결국 국세청 공무원과 그 지인의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세무조사권이 남용됐다"며 "과세가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국세청은 A사에 대한 법인세통합조사를 실시해 A사 최대 주주인 B씨가 갖고 있던 회사 주식을 J씨 등에게 명의신탁한 사실을 확인하고 상증세법상 '명의신탁 증여의제' 규정을 적용해 J씨에게 증여세를 과세했다.

J씨는 "B씨 등이 A사 주식을 J씨 등에게 명의신탁한 것은 1996년 10월 이전에는 상법상 주식회사의 발기인 수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이었고, 이후로는 명의상 주주인 직원의 퇴사 및 사망이 있는 경우 관례적으로 명의를 변경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A사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모든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고, B씨는 2013년 현재 발행주식의 약 76%를 소유해 이미 제2차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과점주주로 등재되어 있으며, A사는 설립 후 현재까지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어 배당에 따른 종합소득세 누진세율 차이로 인한 탈루세액이 있을 수 없고, 주식 명의이전시 양도소득세 및 증권거래세를 성실히 신고 납부했다"며 "J씨에게 한 주식의 명의신탁에는 조세회피 목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J씨는 또 "과세처분의 근거가 된 세무조사는 법에서 정한 세무조사 대상 선정사유가 없는데도 국세청 공무원 C씨가 B씨와 토지 분쟁관계에 있던 D씨로부터 12억원을 받기로 하고 세무조사 등으로 B씨를 압박해 분쟁 토지의 소유권을 반환받기 위한 방편으로 행해진 것으로, 과세가 세무조사권 남용과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돼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고법 재판부는 사실조사 결과 "이 세무조사는 세무조사권을 남용해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고, 증여세 처분 역시 위법한 세무조사에 기초해 이루어진 것으로 적법절차에 위반돼 위법하다"며 J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무원인 C씨가 국세청 부동산거래관리과에서 계장 및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D씨로부터 B씨와의 토지 매매 관련 분쟁을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B씨로 하여금 토지 소유권을 반환하게 하기 위해 부동산 탈세제보서를 직접 작성해 다른 사람을 통해 국세청에 접수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또 "B씨 및 A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관할은 B씨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또는 A사의 본점소재지 관할 지방국세청인 대구와 부산에 있음에도, 서울국세청 조사3국 조사관리과에서는 'B씨의 실거주지가 서울'이라는 C씨의 진술만을 근거로 확인 절차도 없이 세무조사의 관할을 서울국세청으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세무조사 관할에도 벗어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탈세제보서에 기재된 내용에는 조세포탈 혐의가 인정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범위를 부당하게 확대해 오랜 기간 세무조사를 실시하면서 B씨에게 D씨와의 합의를 종용하는 것으로 보여질 수 있는 언행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세무조사는 C와 D의 개인 이익을 위해 세무조사권이 남용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J씨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해야 할 것"이라며.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해 부당하므로 취소한다"며 J씨에게 승소 판결했다. [참고 판례 : 2015누57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