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법원 로고.

LG그룹 창업주인 故구인회 회장의 증손자들이 제기한 10억원대 증여세 취소소송이 1심(행정법원)에 이어 2심(고등법원)에서도 원고패소 판결이 내려졌다.

구본천 사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4남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장남이다.

지난 2005년 경영이 어려웠던 전자부품 제조회사 LB세미콘을 구 사장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5세, 10세, 12세였던 자녀들과 3세였던 조카가 인수계약에 따라 2006년 유상증자를 통해 LB세미콘의 신주를 취득했다.

이후 LB세미콘은 지난 2011년 1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고, 이를 '내부정보'를 이용한 편법증여라고 판단한 국세청은 이들에게 도합 10억원이 넘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이들은 국세청을 상대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했다.

1심에서 원고측은 "당시 LB세미콘의 상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투자손실의 위험을 감수하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있는 해당 회사의 주식을 인수했다"며 "LB세미콘 상장 계획에 관한 정보가 기업경영 등과 관련해 공표되지 않는 내부정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또한 "증여세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그 직업·연령·소득·재산 상태로 보아 자신의 계산으로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자'여야 한다"며 "원고들은 유상증자 당시 미성년자였지만, 주식을 인수할 만한 충분한 자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은 유상증자 당시 5세, 12세, 10세, 3세로 아무런 직업도 없고, 단지 경영권 양수계약에 따라 구 사장의 지정에 의해 이 회사의 주주가 되었고, 그 이후에도 구 사장의 의사에 따라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들의 소득 중 대부분은 배당소득이었고, 이는 구 사장이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던 LB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로부터 지급받은 것"이라며 "원고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부모나 친인척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은 극히 미미했을 것이므로 원고는 주식인수행위를 할 수 없는 자"라고 밝혔다.

또한 "LB세미콘은 주 납품처를 엘지디스플레이로 하고 있고, 매출구조상 엘지디스플레이의 실적에 민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시적 재정난으로 화의절차를 밟고 있던 LB세미콘의 경영권을 저가에 인수한 뒤 엘지그룹 계열사와의 거래관계 등을 바탕으로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회사를 상장하기로 하는 일련의 계획 아래 양수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통상적으로 비상장회사의 주식이 상장되는 경우 그 주식가치가 증가하는 점을 감안할 때 상장계획이 있다는 정보는 기업경영 등과 관련 공표되지 않은 내부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과세는 적법하다"고 말해 원고측의 소송을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제3행정부(재판장 : 정형식)도 최근 행정법원의 판결을 준용,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참고 판례 : 2016누30103]